올해 처음으로 여주 농장에 갔다.
신화백이 검은콩국수와 김밥을 준비해서 맛나게 아점을 먹고...
놀라워라. 작년과 위치가 다 바뀌었다. 같은 작물을 같은 곳에 심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여전히 깔끔하고 풍성하게 가꿔놓았다.
인심좋은 김농부는 열 곳에 나누어 먹는단다. 그 중 한 집이 우리 집이다.
~~ 든든하다.
황매실 두 그루에서 딴 매실을 장아찌 담았다. 몇 년만에 매실방망이를 썼다.
그런데 실패다. 방망이 이용하기 전 칼집을 내야하는 걸 잊었다. 너무 자잘해 완전 노인전용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살림같은 살림을 잠깐 했다.
아버님 가시고는 영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밥 생각도 없어서... 세끼 챙겨먹지 않는 건 남편과 같아서 다행이다.
이제 주방에서 해방된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저 실한 황매실을 보니 살림 욕구가 발동한 것이다.
사실 나도 거의 나눠줄 용도였는데 ... 모양이 빠진다.
김농부 아버님이 오래 고생하다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고, 신화백도 93세 친정어머니가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계신다.
두 분 모두 만만찮은 성격들이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이 나만의 일이 아님을 알았다.
내 일이 아닐때는 귀담아 듣지 않았던 거다. 내 주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 일이 아닐 때는 그저 귓등으로 지나가는
일이다.
아버님이 병원 네 곳을 거쳐 요양원에 가신지 12일 되는 날이다. 두근두근 가슴 조이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다시 대면할 생각을 하면 다리 힘이 풀리긴 하다. 몹쓸 병이 지나갔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죽음보다 무서운 게 병들어 내 몸을 내 맘대로 못하는 거다. 그때를 생각하고 사는 것과 전혀 생각치 않고 사는 건 차이가 있다.
그래, 나도 그 때가 되면 쿨하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야한다.
다만, .. 그러기 전에 죽음을 맞는 건 행운이다. 정봉연, 우리 엄마 처럼 최고의 죽는 복이 내게도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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