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알리바이 레시피 / 류명순

칠부능선 2019. 4. 6. 12:10

 

    알리바이 레시피

 

류명순



주제로는 삼각관계, 의심 반 심증 반

내 연애사를 계량컵에 부어본다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키는 그녀가

내 솜씨에 의문을 제기한다

매콤함과 신선도를 함유한

나의 일편단심에 의심을 품었다

입맛을 자극하는 매운맛을 보여주기 위해

우선 잘 정리한 의혹을 다지고

딱딱한 심층을 부드럽게 만들어 잘 섞어준다

순서가 뒤바뀌면 맛이 틀리므로

두 가지를 잘 버무려 소스를 만든다

의문 한 덩어리 꺼내

부위별로 잘라 바삭하게 튀겨낸다

내가 만든 소스를 그녀가 알아챌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여러 번 그녀의 입맛을 심문해봤지만

묘한 미소만 한 입 가득 오물거릴 뿐

몸이 달아오를수록 그녀의 입맛은 까다롭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생소한 표정만 짓는다

입은 단맛을 원하며

마음은 쓴맛을 이야기한다

가끔 그녀의 입에서 다른 소스의 냄새가 난다

그럴 때마다 의구심은 깊어가고

혀끝만 탄다

내 몸이 계속 익는 줄도 모르고

더욱더 활활 불을 지른다


-시집『새들도 변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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