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착한여자 모드로

칠부능선 2018. 12. 31. 20:25

 

연말, 연시

이 며칠 약속이 없다. 

책에 코를 박고 있다. 늘 하는 짓이지만... 여유롭다.

 

이수미 시인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생각한 버킷리스트가

'책을 읽다가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척박한 시간을 생각하고 그늘 어린 얼굴을 떠올리니 맘이 짠하다.

 

아들이 내게 한 달에 한 번씩 책 주문을 받아서 사준다.

나는 다달이 10만원 안팎으로 주문한다. 중간에 급한 건 내가 사고...

매달 용돈 10만원을 주는 것 보다 기특한 발상이다.

내가 읽은 후, 좋은 걸 골라서 아들한테 주기도 한다.

맘껏 읽을 시간과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고개를 숙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들여놓는다.

 

이래서 모든 곳에 스승이 있는 거다.

좀더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새해계획을 잡아야 할까보다.

맨날 새해계획이나 결심 같은 거 없다고 말한 것도 참 건방진 일이였던 거다.

 

 

 

 

      

        

90이 넘은 박 선생님께서 또 선물을 보내셨다.

양초를 사고 손수 만든 꽃누름이를 배열해서 저리 이쁘게 포장을 하고, 박스에 주소를 쓰고...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따님이 힘드니 그만하라고 말려서 차를 태워달라고 못하고 택시를 불러서 우체국에 가셨다고 한다.

어찌 이런 마음을 간직하고 살까, 매번 이것이 마지막일것이라며 보낸 게 몇 번째 인가.

이 마음이 내게 큰 스승이다.

게을러지고 뻔뻔해지는 마음을 버리라는 죽비다.

할 수 없이 새해는 조용히 겸손하게 정을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야하나 보다.

오랜만에 '착한여자' 모드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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