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데미안을 위한 노래 / 강은소

칠부능선 2017. 11. 7. 16:18

 

데미안을 위한 노래


강은소



이방의 꼬리표를 단 새 떼들이

시린 바람에 떨며 파닥거리지만

펼 수 없는 날개들 깃털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눈처럼 떨어진다

다리를 넘어 이태원에서 떠밀려온

오렌지족, 모던한 여피족을 위하여

흔들거리며 흐르는

'고이비토 사요나라 고이비토 사요나라'

로바다야키 창가에 앉아

새벽녘 언 달빛을 마시며 울어보아도

노래가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데미안은 죽고 그의 새들만 남은 세상

이제 새들은 어디로 날아가야 할까

너희 부러진 날개 보듬어 안고

떠나온 고향으로 가는 길은 하얀

슬픔, 끝없는 돌밭일 뿐이다

 


-시집『당신이 돌아오지 않는 저녁』2017년 현대시세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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