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내 워크맨 속 갠지스 / 김경주

칠부능선 2017. 11. 4. 20:34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김경주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 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된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텐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옆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날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 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 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냄새가

  올라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게스트 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붓다의 사랑은 가슴에 띄우는 열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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