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양로원
강정숙
꽃 지는
장능리 보은당 연밭엔요
홍련, 백련,어리연,
혹주머니를 삭이지 못한 부레옥잠도 있는데요
꽃낯선 냄새를 향해
모가지가 쏠리는 몽구스처럼
꽃들의 고개가 한쪽으로 쏠리는데요
챙챙 감겨오는 햇살에도
찐득한 어둑을 이고 있는데요
꾸그러진 씨방을 말리는데요
그게 어디 말린다고 마르나요
그이들 몸이래야 쪄낸 연대같이 물컹한걸요
물 밖으로 떠나보낸 연밥들 때문인데요
내가 손을 슬그머니 놓자
아무도 돌아가지 못할 몸 너머 궁창 가득
줄기의 숨소리 같은 것, 무구한 출렁임 같은 것이
잠시 잠깐 부풀다 가라앉네요
뿌리에서 자아올린 연잎의 날숨들이
못물에 파동지네요
돌아서는 내 그림자 밟고
바작바작 따라오네요
차창을 문지르다
딱, 마주치네요
그쪽으로 뿌리대고 서있는
나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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