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사이와 간격 / 오성일

칠부능선 2018. 1. 5. 11:05

   사이와 간격 
    오성일

 

 

  저녁이 오고

  별들이 제자리를 찾아 떠오를 때

  어떤 별자리의 꼬마별은

  가령 제자리의 어린별 하나는

  어제 떴던 그 자리에 표해두는 걸 깜빡 잊고

  제자리를 못 찾아 허둥댈 때도 있다지

  그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리를 맞추는 건

  오래된 떡갈나무라지

  가지 하나를 높이 쳐들어

  왼쪽, 좀 더 왼쪽

  아니 너무 왼쪽 말고 거기쯤 ...

  실눈을 뜨고 간격을 재가며

  방향을 맞춰줄 때

  게자리 이런별은 게걸음으로

  엉덩이를 달싹달싹 놀려가면서

  뒤똥대똥 제자리를 찾아간다지

  초저녁 유난히 깜빡이며 바둥대는

  푸른 별이 바로 그 별이라지

  떡갈나무가 팔짱을 낀 채 허리르 젖히고

  한참을 올려보다 일제히 빛을 밝혀

  하룻밤의 축제를 시작한다지

  눈동자에 별빛을 담은 어진 사람들은

  밤하는의 별들이 그러하듯이

  나무의 손짓에 눈 맞추며

  어린별처럼 제자리를 찾아간다지

  친구 자리 먼저 가 빼앗지 않고

  남의 자리 제자리라 밀치지 않

  사이와 간격을 지켜준다지

  별처럼 어울려 빛을 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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