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잊고, 잊히는 일

칠부능선 2017. 1. 23. 19:27

 

어머니의 90세 생신날이다. 작년에는 온양 외삼촌이 오셔서 함께 다녀왔는데, 올해는 아무도 안 온다.

동서는 전화만 하고..

미역국과 몇 가지 찬을 해가지고 남편과 어머니께 갔다. 남편은 어젯밤 늦게 여행에서 돌아와 비몽사몽이다.

큰아들 큰며느리만 얼른 알아보고 다른 사람들은 얼른 못 알아보신다. 며칠 전에 작은집 손자가 다녀갔는데 긴가민가 하신다.

조카는 할머니가 못알아본다고 울먹이며 전화를 했다고 한다.

 

가족 모임에서도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없다. 생신인데도 어머니 형제들이 전화도 없다.

내 일은 많이 줄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한가.

맛있게 드시면서도 다음엔 그냥 오라고 하신다. 목소리만 들려줘도 고맙다며 귀찮은 일 하지말라고 하신다.

차 막히기 전에 어서 가라고 하면서 자주 오지도 말라고 하신다.

여전히 염치를 차리며, 정신이 맑으신 것도 슬프다.

 

 

나는 어떤 노인이 되려나.

노인이 되기 전에 생을 마치는 건 최고의 복이다.

 

 

 

 

몰타의 특급호텔 로비에 있던 커다란 꽃병의 생화, 마음으로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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