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황인숙
나는 제 방에 음악을 불어넣는
늦봄의 바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수은 얼음 알갱이의 눈보라로
네 방을 질척질척 얼리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도 내가 춥다
영영 끝날 것 같지 않은 황폐함
피로, 암울 막막, 사납게
추위가 삶을 얼려 비트는 황폐함
그러면서도 질기게도
죽을 것 같지 않은 황폐함
모르는 별로 너 혼자
추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 영혼을 뒤쫓는 것이
수은 얼음 알갱이의 눈보라라면?
아, 나는 제 영혼에 음악을 불어넣는
늦봄의 포근한 바람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죽었는지도 모른다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일의 순서 / 임창아 (0) | 2017.02.14 |
---|---|
거위 / 문정희 (0) | 2016.12.23 |
오래된 연애 / 장석주 (0) | 2016.12.18 |
유리의 존재 / 김행숙 (0) | 2016.12.15 |
국물 / 신달자 (0) | 2016.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