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최초의 아포리즘 에세이집《바람, 바람》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아포리즘 에세이란 시처럼 짧은 글의 형식을 말하는데, 최근 수필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바람, 바람》은 최근 수필계에 불고 있는 짧은 글 쓰기 열풍의 결산이라 할 만하다.
시인이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수필가가 시집을 출간하는 것은 드물다. 산문에 익숙한 사람이 운문인 시를 쓰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2000년 《현대수필》로 등단한 노정숙은 2012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수필가 노정숙이 시처럼 짧은 아포리즘 에세이집을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작가는 산문시를 연상케 하는 80편의 짧은 글 속에 그의 눈에 담겼던 세상의 다양한 표정들과 시적 전율의 순간을 적절히 배합해 녹여낸다. 각각의 글은 원고지 2매를 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그 여운은 옛날 앨범을 천천히 넘기고 난 뒤의 느낌처럼 길고 아득하다. 이 에세이집은 시와 수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설적 서사와 시의 함축을 에세이의 진정성에 담아냈다. 세상을 관조하는 따뜻하고 웅숭깊은 작가의 시선은 본문에 함께 곁들인 마흔 컷의 모노톤 사진들로 더욱 빛을 발한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 《바람, 바람》의 아포리즘 에세이는 각 편들이 하나의 주제와 소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다. 척박한 현실도 그의 눈을 거치면 순화된다. 사람살이에서 얻는 통찰과 자연에 대한 관조가 일상어로 친숙하게 그려졌다. 그의 문장은 무기교를 기교로 꾸밈이 없고 담백하다.
노정숙의 아포리즘 에세이는 현학적인 수사나 과장, 푸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넌지시 보여주면서 뒷말을 접으며 독자의 몫으로 열어두었다. 간혹 피식 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에서 그의 내공을 짐작한다. 허허실실의 전략이라 할까, 삶의 자세가 허술하여 오히려 정겹다. 빈손으로도 넉넉한 사람됨을 생각하게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들...
조상의 덕행때문이 아닐까. 특히나 우리 엄마.
새삼 엄마가 그립다.
문광부에서 <문화부와 체육부 관광부가 합해진 이름인가.>
내 책을 1,450부 사서 전국 도서관에 보낸단다.
책 잘 만들어준 은행나무의 공이기도 하다. 그저 감사, 감사한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ㅎㅎ
우수문학도서
분기 | 2013년 하반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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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수필 |
도서 | 바람, 바람 |
저자 | 노정숙 |
출판사 | 은행나무 (서울) |
출간일 | 2013년 9월 25일 출간 |
산문은 긴 산문에서부터 짧은 산문까지 여러 형태의 존재 방식을 가질 수 있다. 산문가로서 정체성을 지켜온 작가가 아포리즘에 가까운 짧은 산문들을 묶어낸 것은 그 길이에서부터 독특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전반적으로 원고지 두 매 내외의 글들이 주는 여운이 길고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좋은 책이다. 아포리즘은 사물의 본질을 간명하게 꿰뚫는 문장들이다. 아포리즘적인 산문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생각하도록 해주는 책이다. 노정숙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사람이 좋아서 시와 수필 밭에서 함께 놀고 있다. 인연과 염치를 귀히 여기며 여행, 요거트아이스크림, 벌개미취, 지금을 좋아한다. 에세이집 《흐름》, 《사막에서는 바람이 보인다》를 출간했고, 제5회 한국산문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인회의, 분당수필 동인, 계간 《현대수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