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밀린 숙제

칠부능선 2013. 6. 21. 19:01

 어제 오후부터 밀린 숙제에 들어갔다.

 잠깐 미루면 이렇게 쌓이는 숙제들... 하나하나 눈길 주고 인사를 해야한다.

 잘된 글이든 못된 글이든 이것을 쓰기까지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냥 넘겨보낼 일이 아니다.

 잡지 두 권을 빼고 12권이다. 아, 잡지 안에도 아는 사람의 글을 읽으며 또 아는체 해야한다.

 

그 중 어제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의 책 두 권을 독파했다.

 

 

 

<무대 위의 세상> - 이현주

 

세대차이 느낀다고 해야할까. 산뜻하게 튀는 문장들이 신선하다.

대중문화에 대한 감상평도 보통수준이 아니다. 숨죽이고 있던 세포들이 꿈틀거린다.

솔직한 건 유쾌하다. 잔잔한 슬픔마저도 상큼하다.

지금 불모지인 사회비평 수필에 초점을 맞추면 좋은 작가가 될 것 같다. 

반짝반짝, 키득거리기도 하며 주르륵 읽어졌다. 첫 작품집이 이만하면 성공이다.

 

 

 

<마왕>- 조영숙

 

78세 영원한 청춘인 작가가 2년 간격으로 내는 네번째 수필집이다.

절대적인 긍정과 천진함, 지고한 신앙심이 만들어내는 결정판이다.

세번째까지도 그저 흘려보냈다. 고급 취미로.

그런데 이번에 나까지 숙연해진다.

자신의 계획대로 밀고나가는 그 추진력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곧은 정신에

나는 기어이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보낸다.

작품의 문학성을 떠나서 무조건 존경하올 선배님이다.

 

 

 

 

 

<느림, 그 사색의 숲에서>- 김선희

행사때 마다 수줍은 모습을 보이던,

1장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읽으며 가슴이 울렁울렁, 딸과 동생과 함께한 여정을 따라가 보았다.

조용한 성품답게 튼 굴곡없이 추억들이 잔잔하다.

 

 

<고정관녕이 개똥벌레에게 끼치는 영향>- 윤명수 시집

작가의 세번째 시집이다. 시인회의 동인인 윤명수 시인은 날로 산뜻해진다.

깨어있는 시인은 세월이 범접하지 못하는 듯, 시어들이 상큼하다.

깜짝 놀랐다. 두번째 시집에 이어 더욱 젊어졌다.

 

 

<뜬금없는 기억들> -조윤정

작가의 세번째 수필집이다.

여전하다는 느낌, 약간 델리케이트한, 아니 까칠한 성격을 본인도 아는 그런 글들이 재미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게 읽기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뜬금없는 기억들이 떠오는다. 오래전 우리 회장님이었지.

 

 

<나뭇잎이 물들어 가듯>- 노덕경

남자도 일상을 이렇게 세심하게 자상하게,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니...

결이 고운 여자같은 서정에 푹 빠졌다. 잔잔한 일상이 빛난다.

사실, 우리가 감동하고 상처받는 것이 모두 이 일상이 아닌가. 새롭고 든든한 작가 탄생이다.

 

 

 

이 꽃을 책 낸 작가들에세 마음으로 바친다. 향기까지 전해졌으면 좋겠다.

 

 

 

 

숙제는 숙제고 내가 주문한 책이다. 정민 선생의 신간이 나오면 내게 문자가 온다.

아직까지 실망한 적이 없어서 냉큼 주문을 한다.

그러데..

이번은 그냥 그렇다.

허균,이익, 홍대용,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양응수, 안정복,

먼저 간 님들의 독서법이다.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들이라서....

신선함이 없. 다.

저 싱거운 제목에서 눈치챘어야 하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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