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발바닥 사랑 / 박노해

칠부능선 2013. 4. 9. 21:58

 

 발바닥 사랑

  박노해

 

 

사랑은 발바닥이다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으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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