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속수무책 / 김경후

칠부능선 2012. 11. 24. 20:42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의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혀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 <창비> 201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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