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무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내가 일이라고 하는 것은 쓰는 것이다.
살림하는 것과 읽는 것은 아직도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살림하는 건, 일이라기 보다 노동 (?) 그냥 시간을 들이는 만큼 빛이나는 고마운 노동이다.
부엌에 몇 시간 틀여박혀 있으면 식탁이 그득해지고 식구들이 흐믓해지지 않는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는 보람된 노동이다.
예전에 의무로 읽는 책은 그것도 일이었다. 요즘은 지겨운 책은 당장 던져버리고, 쟤미있는 책만 읽는다.
책 고르는 눈이 좀 밝아진건지... 눈이 침침해도 읽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몇 시간, 며칠을 끙끙대며 숙제를 해야하는데... 마음만 급하지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글자를 메우는 일이 뜻대로 되지가 않는다. 어제는 끙끙대다 벌떡 일어나 미용실에 갔다. 쌍둑, 머리를 커트했다.
내 20대 스타일이다.
지금껏 머리카락이 내 어깨를 넘어보지 않았다. 긴머리 창랑거리는 시절이 한번도 없었다. 여성미를 강조해 본 시간이 없었던 것인가.
선머슴처럼 짧아진 머리를 보며, 어머니는 어려보인다고 하고, 남편은 그게 뭐냐고 난리다.
얼굴이 대따만에 보인다나. 요즘 얼굴 작게 보이려고 야단들인데... 몬생긴 얼굴을 다 드러내면 우짜냐고.
에고 이 남자한테 립서비스를 받아본 적도 없지만.... 내 참. 몬 생긴것 다 아는 사실인데도 기회만 되면 상기시킨다.
내가 집에서 헤어밴드로 머리를 올려 붙일때 마다 하는 말이, 그런 스타일은 잘 생긴 사람들이 하는 거라나. ㅠㅠ
얼굴이 함지박만하게 드러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뿐하다.
어쨌거나 마음도 가뿐하게 먹어야지. 지어먹은 마음은 사흘 간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