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은 식당에서 안경을 벗은 기억이 있는데 그 후 안경이 사라졌다.
화면이 크다고 새로 장만한 겔럭시폰 조차도 안보여서 부랴부랴 다초점 안경을 맞춘 것이 열흘 전이다. 아직 울렁울렁 적응이 안된 상태다. 정들기 전에 잃어버린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할머니가 되었으니 잔글씨가 안보이는 건 순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돋보기를 아랫부분에 넣은 이 안경은 눈동자를 잘 조절해야 한다. 글씨를 볼 때는 눈동자를 내리깔아야 한다. 고개까지 숙이면 아랫부분에 깔린 돋보기가 기능을 못한다. 대신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때는 고개를 완전히 숙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계단이 갑자기 올라온 듯해서 발을 헛디딜 수도 있다.
일주일 정도 쓰고 생활하면 적응한다고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낮은 코를 누르는 무게감과 귓뒤에 걸려있는 이물감때문에 자꾸 안경을 벗는다. 내 몸의 일부처럼 융합할 수 없는 물건이었던 거다. 그러니까 열흘만에 내게서 떠난 거지.
그래, 다시 필요할때만 돋보기를 쓰지 뭐.
지난 번 여행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여권 잃어버린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빨리 잊으려 했다.
그 다음 여행에서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는 그래, 병원에 실려간 것 보다 다행이지. 라며 스스로 위로했잖은가. (나중에 모두 찾았지만)
그래, 다초점이란 것이 나하고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초점을 여러 곳에 두는 건 내 성질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한가지 초점 맞추기도 힘든 덜렁이가 다초점이라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