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속수무책

칠부능선 2009. 1. 6. 21:51

 

<난 죽었다>고 엄살을 부리며 시작하니 한결 가볍다.

사실 난 아직 죽을만큼 힘들진 않으니까.

자존심 짱짱, 꼿꼿하던 어머니가 완전 아기가 되어버렸으니...

매일 어머니께 두 가지 선택권을 드린다.

밥 드시겠어요. 죽 드시겠어요.

곰국이요. 미역국이요.

전복죽이요. 콩나물죽이요.

여전히 묻는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거의 형식적인 물음이긴 했지만...)

 

참 슬프다.

인간이 이리도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정신이 맑으면서 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속수무책이,

그 속수무책이 표현할 수 없이 참담하다.

그 참담함이 슬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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