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었다>고 엄살을 부리며 시작하니 한결 가볍다.
사실 난 아직 죽을만큼 힘들진 않으니까.
자존심 짱짱, 꼿꼿하던 어머니가 완전 아기가 되어버렸으니...
매일 어머니께 두 가지 선택권을 드린다.
밥 드시겠어요. 죽 드시겠어요.
곰국이요. 미역국이요.
전복죽이요. 콩나물죽이요.
여전히 묻는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거의 형식적인 물음이긴 했지만...)
참 슬프다.
인간이 이리도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정신이 맑으면서 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속수무책이,
그 속수무책이 표현할 수 없이 참담하다.
그 참담함이 슬프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