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난 죽었다

칠부능선 2008. 12. 16. 18:02

 

금요일 아침, 어머니가 거동이 없으시다.

아버님 얼굴이 하야져서 어젯밤에 겨우 부축해서 화장실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어지럽다며 못 일어나시겠단다.

다리에 힘이 없다.

중심이 안 잡힌다.

다니던 병원에 부탁해서 간호사가 와서 링거를 맞혀드렸다.

우선 기운을 차려서 병원을 가려고...

토요일, 냄편과 함께 양쪽에서 부축해서 용하다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신경과 내과, 외과에서 별 이상이 없다하고,

달팽이관 이상으로 어지럼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까.

이곳에서는 검사 자체가 부정확하단다. 의사의 지시를 제대로 따를 수가 없으니.

일요일 집에서 쉬고,

어제, 오늘은 아버님과 함께 양쪽에서 부축해서 용하다는 한의원을 다녀왔다.

초진을 3개월 기다려야 한다는데,

몇 다리 걸쳐 겨우 예약을 하고 5시 40분에 맞춰서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이 사람이 많다.

의사 셋이 아침 7시부터 밤 7까지 진료하는데 2시간 넘게 걸려 침을 맞고 왔다.

어제부터 세수하고, 오늘은 머리도 감겨드렸다.

싫다고 하시는데 워커라고 하는 보행보조기를 주문했다.

어머니는 혼자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어머니~ 모든 어른들이 그냥 딱, 하고 돌아가시는 게 아니랍니다.

우리 친정엄마나, 시할머니처럼 목욕 잘 하고 단방에 돌아가시는 복을 타신 분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랍니다.>

 

에고...

어른들과 살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지낸 복을 이제 갚을 차례가 되었나 보다.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을 다지지만 나 역시도 할머니가 된 관계로 ㅋㅋㅋ

냄편 말이 내 얼굴이 벌써 띵띵 부었단다. 

금요일 출판기념, 편집회의 못 가고.

토요일 30년 지기들의 연말모임도 못 갔다.

이젠 내 생활도 단순화시켜야 할 때가 된 것도 같고..

......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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