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말랑말랑한 그늘 / 박희정

칠부능선 2022. 2. 14. 09:03

말랑말랑한 그늘
박희정



한여름 볕살들이 드러누운 대서大暑 무렵

내 오랜 그리움이 말랑말랑 겹쳐와

서운암 낮은 길목에 사뿐 내려 앉는다

눈길 머문 야생화와 고분한 물길 사이

바람처럼 맴도는 기억, 숨바꼭질하려는지

까무룩, 그림자 길어지고 너는 멀어지고

쟁쟁한 잔돌들과 종요로운 풍경들과

오랜 향기 꼭꼭 채운 장독대 언저리마다

우련히 깃드는 그늘, 너는 술래가 된다


 

《시조미학》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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