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정록
높은 데다 꾸역꾸역 몸 놀려놓지 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것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다.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 시비가 붙어
코뼈가 가라앉은 것도 책임 떠맡은 죄 때문이 아니냐?
남자는 가장 하나만으로도 허리가 휘고 그늘 벗을 날 없는 겨.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자야 누님 / 이원규 (0) | 2014.03.11 |
---|---|
폐사지처럼 산다 / 정호승 (0) | 2014.02.13 |
삐딱구두 / 이정록 (0) | 2014.01.12 |
손가락 염주 / 공광규 (0) | 2014.01.12 |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0) | 2014.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