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공주 할머니

칠부능선 2011. 2. 12. 19:16

 

  문병을 갔다. 

  내가 간 시간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30분 가량 걸렸다. 그동안 간병인과 병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병인 생활 중에 이런 공주할머니는 처음 본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넘의 일이 아니란는 데 있다. 지난번 어머니 입원하셨을때 간병인이 하는 말은 자기가 본 할머니 중에 가장 복많은 할머니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번 모습은 에측할 수 없다. 어머니의 공주 기질도 만만찮다.

  관계를 물어서 글쓰는 선배님이라고 하니 코웃음을 친다. 뭘로 글을 쓰겠냐고. 

  에고 에고 무서버라. 

 

  휴계실로 자리를 옮겨 10분간 선배님과 이야기 하고 돌아오는데 영 개운치가 않다. 재활치료실에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ㅠ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고령화시대의 문제다.

 

  엊그제 큰고모님이 다녀가셨다. 87세인데 남양주에서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혼자 찾아오셨다. 전화도 없이. 깜짝 놀랐다.

며칠 쉬고 가시라고 했지만 점심 잡숫고는 바로 가신단다. 잠실까지 모셔다드리고 버스타는 것을 보고 왔다.

참 짱짱한 노년이다. 그렇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고모님은 공주 기질이 전혀 없으시니 사는게 씩씩하다.

 

  나는 어떤 노년을 맞을까.

  귀가 순한 귀여운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주가 아닌 무수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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