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에서 인도로 예전에 왜 이 영화를 놓쳤는지. 야스민이 청혼을 받고는 "브랜다에게 물어볼께요."... 이것이 마지막장면이라니. 하긴, 이것만으로도 많은 말을 하고 있기는 하다. 캘리포니아 벌판, 후진 마을에 '바그다드 카페'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건 역시 장소나 풍경이 아닌, 사람이다. 바라보기도 숨.. 낯선 길에서 2006.03.28
묘비명 George Bernard Shaw 1856. 7. 26 더블린~1950. 11. 2 아일랜드의 극작가, 문학비평가, 사회주의 선전문학가. 극작가 버나드 쇼가 시골집에서 숨을 거두기전 스스로 묘비명을 남겼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역시 버나드쇼다운 묘비명이다. 내 묘.. 놀자, 책이랑 2006.03.28
선 채로 꾸는 꿈 선 채로 꾸는 꿈 노 정 숙 너무 높이 날면 거짓말이 된다. 너무 낮게 날면 세속적이 된다. 높이를 적당히 조절해야 격이 갖추어진다. 때로는 높이, 때로는 아주 낮게…… . 자신과의 고투 끝에 얻어내는 산물이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이 수필이다. 사실이 기본이며 솔직..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귀에게 바침 귀에게 바침 첫인사를 갔다. 이마는 드러내고 긴머리는 웨이브를 주어 늘어뜨렸다. 둥근 얼굴이 갸름해 보이라고 볼의 절반쯤 가렸다. 식사를 마친 그의 어머니는 다가앉으라고 하더니 가려진 머리를 제치고 귀를 드러내 본다. 이리 저리 보다가 성이 안 차는지 만져보기까지 한다. 굳은 입에 힘이 약..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계율 : 늙지 말 것 계율 : 늙지 말 것 마구 뭉쳐 놓은 숱 없는 머리 오래 전에 생각을 놓아 버린 듯 쾡한 눈 그늘진 뺨 말은 마르고 가는 목에 튀어나온 힘줄 완강하다. 우물처럼 패인 쇄골에 고인 시름 노동을 기억하는 누추한 어깨 간신히 매달린 팔 위태롭다. 늘어져 말라붙은 젖가슴 아직 비릿한데 앙상한 다리 사이 무..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비로소 선언함 비로소 선언함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가족은 아니다. 어떻게 아느냐고, 가족들은 모두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 못들은 걸로 한다.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방이 몹시 어지럽다. 책과 신문이 서로 자리다툼을 한다. 벗어놓은 옷들은 제자리를 잃고 여기저기서 히히덕거리고 있다. 이럴 땐 시치미 떼는 ..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불쌍한 여자 불쌍한 여자 "그 여자 너무 불쌍해." "왜." "그 여자는 남편하고 자식밖에 몰랐대." "그건 나도 그래." "아니지,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문상을 다녀온 남편과 나눈 말이다. 내 동갑인 동료의 부인이 유방암으로 3년 동안 투병하다 죽었다고 한다. 가족밖에 모르고 살았다는 여자를 불쌍하다고 여기..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사이월드라고? http://www.cyworld.com/elisa8099 20년 연락이 안된 친구를 사이월드에서 찾아냈다. 또 다른 친구가. 그 덕에 엉성하게 사는 내가 사생활 노출이라는 것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친구를 찾게 해 준데 대한 의리로... 누군가 그랬다. 작가는 노출증환자고 독자는 관음증환자라고 좀더 환하게 벗을수 있다면 이렇게 진부하지는 않을텐데... 언제든 환하게 벗는 날을, 갈기갈기 파헤쳐서 낱낱 흩날리는 내 영혼을 거리에 내 놓을 수 있는 철저한 노출증환자가 되기를 꿈꾼다. 아직은 관음증이 더 좋다. 능동에 이르기는 익지 못한 내 몸과 혼에 오늘도 애도를 .... 놀자, 사람이랑 2006.03.26
사랑은 없다 사랑은 없다 노 정 숙 "오늘은 외로울래요” 점심 약속을 취소하면서 후배가 한 말이다. 전화선 너머로 한껏 가라앉은 힘없는 목소리가 전해오지만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드디어 너도 외로움을 가지고 놀겠다고. 그의 그윽한 눈매가 더욱 깊어질듯 하다. 자신감 넘치고 여..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1
동백과 목련 동백과 목련 노정숙 목련을 한 다발 사왔다. 입이 큰 항아리에 그대로 꽂았다. 봉오리 매단 꽃가지에 이른 봄이 묻어왔다. 하룻밤 사이에 꽃송이 두 개가 벙글었다. 잎도 없는 가지 끝에 매달린 봉오리가 잘 간수한 붓털처럼 미끈하다. 목련을 볼때면 마음씨 좋은 여자를 떠올린다. 오래 ..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