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이어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운율은 출렁이는 파도에서 배우고
음조의 변화는 더 썰물과 밀물을 닮아야 한다.
작은 물방울의 진동이 파도가 되고
파도의 융기가 바다 전체의 해류가 되는
신비하고 무한한 연속성이여
시의 언어들을 여름바다처럼 늘 움직이게 하라
시인의 언어는 늪처럼 썩는 물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은 부패하지 않지만
늘 목마른 갈증의 물
때로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갈증을 겨디며
무거운 짐을 쉽게 나르는 짐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었던 사람 / 이덕규 (0) | 2022.03.13 |
---|---|
근본 없다는 말 / 김명기 (0) | 2022.03.05 |
녹색 감자 / 배경희 (0) | 2022.02.14 |
말랑말랑한 그늘 / 박희정 (0) | 2022.02.14 |
저녁의 두부 / 서숙희 (0) | 2022.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