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이정록
암만 가려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첫애 업었을 때
아기의 입술이 닿았던 곳이다
새근새근 새털 같은 콧김으로
내 젖은 흙을 말리던 곳이다
아기가 자라
어딘가에서 홧김을 내뿜을 때마다
등짝은 오그라드는 것이다
까치발을 딛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손차양하고 멀리 내다본다
오래도록 햇살을 업어보지만
얼음이 잡히는 북쪽 언덕이 있다
언 입술 오물거리는
약숟가락만한 응달이 있다
-계간 <시서사>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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