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등 / 이정록

칠부능선 2021. 7. 29. 11:53

이정록

 

 

암만 가려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첫애 업었을 때

아기의 입술이 닿았던 곳이다

새근새근 새털 같은 콧김으로

내 젖은 흙을 말리던 곳이다

 

아기가 자라

어딘가에서 홧김을 내뿜을 때마다

등짝은 오그라드는 것이다

 

까치발을 딛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손차양하고 멀리 내다본다

 

오래도록 햇살을 업어보지만

얼음이 잡히는 북쪽 언덕이 있다

언 입술 오물거리는

약숟가락만한 응달이 있다

 

 

-계간 <시서사>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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