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
이정록
출발점이 중요하다며
아빠는 우리 관계를 무시한다
첫 만남이 수준 떨어지게
오락실이 뭐냐며 피시방이라고
게임하다가 만난 게 아니라 수행평가 때문이라고
몇 번을 말해도 이상한 눈으로 혀를 찬다.
아빠는 한 핏줄이라서 육감적으로 안다며
용돈이 넘쳐나서 오락실까지 다니다고 엄포를 놓는다.
살이 맞닿는 우산 하나로 엄마를 꼬신 아빠는
육감부터 사랑일 시작된 까닭에, 그때
그 짜릿한 감촉이 이성 교제의 잣대가 됐다.
다 너를 위해서 충고한다는, 라떼는
비닐우산처럼 뒤집히지도 않는다.
하여튼 출발점이 중요하다.
-웹진 《문장》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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