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사람들에게 묻는다 / 하태성

칠부능선 2021. 6. 4. 10:05

사람들에게 묻는다

하태성

 

 

작가회의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내 친구 '이설야' 시인은

작가가 되기 위해

잉크젯 프린터 두 대를 작살내며

열심히 시를 썼다

신인상 시상식에서

시인이 되려면 그렇게 하라고

치열하게 글 쓰라며 고마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잉크젯 프린터 두 대를 작살내고

신인상에 당선 되는 세월 동안

나는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다

그녀가 자판 앞에서 수려한 탈고를 하는 돌안

내 인생은 어수룩한 문장처럼 두 번 탈바꿈되었고

세 번째 인생 또한 흐릿하다

사람들에 묻는다

누가 더 치열하게 살았나?

누가 더 詩的으로 인생을 노래했는가?

 

 

 

(시집 <불량 시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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