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슬픔에게 / 권혁소

칠부능선 2021. 5. 4. 18:21

슬픔에게

권혁소

 

 

무지 때문이 아니라

희망에서 비롯된다 모든 슬픔은

 

처음이라는 기대와

마지막이라는 애절함이

슬픔의기원이었음을 알았을 때

너도 나도 다시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각오를 한다, 이제 더는 희망 같은 거와

속삭이지 말자고

 

그럴 때 삶은 주저앉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슬픔의이면에는 어떤 단단함도 있어서

신발을 꺾어 신고서라도 우리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생애 첫 다른 흔적을 남기며

 

그대 차가운 손을 덮히던 어떤 온기 같은 것

슬픔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슬픔아

부디 오래오래 머물러다오, 슬픔 너는

희망의 다른 이름 아니더냐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엾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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