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게
권혁소
무지 때문이 아니라
희망에서 비롯된다 모든 슬픔은
처음이라는 기대와
마지막이라는 애절함이
슬픔의기원이었음을 알았을 때
너도 나도 다시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각오를 한다, 이제 더는 희망 같은 거와
속삭이지 말자고
그럴 때 삶은 주저앉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슬픔의이면에는 어떤 단단함도 있어서
신발을 꺾어 신고서라도 우리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생애 첫 다른 흔적을 남기며
그대 차가운 손을 덮히던 어떤 온기 같은 것
슬픔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슬픔아
부디 오래오래 머물러다오, 슬픔 너는
희망의 다른 이름 아니더냐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엾다> 에서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밤 / 김수영 (0) | 2021.05.22 |
---|---|
산밤 / 허정분 (0) | 2021.05.12 |
니 똥 굵다 / 권혁소 (0) | 2021.05.04 |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0) | 2021.04.30 |
아름다운 책 / 공광규 (0) | 2021.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