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
공광규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을
소설 같은 사람을
시집 같은 사람을
한 장 한 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용을 가진 책이었다
체온이 묻어나는 책장을
눈으로 읽고
혀로 넘기고
두 발로 밑줄을 그었다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최고의 독서는 경전이나 명작이 아닐 것이다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 똥 굵다 / 권혁소 (0) | 2021.05.04 |
---|---|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0) | 2021.04.30 |
오래된 농담 / 천양희 (0) | 2021.04.30 |
술렁이는 오월 / 권영옥 (0) | 2021.04.27 |
모르는 영역 / 권영옥 (0) | 202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