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모르는 영역 / 권영옥

칠부능선 2021. 4. 26. 17:59

모르는 영역

권영옥

 

 

땅을 짚어도 무중력 속인 나는 얼마나 가벼운지
어떤 향기가 누르는 달꽃
우리 보폭이 넓어지고 있어요
당신에게 왔다는 것이, 달의 비늘이었다는 것이
서로의 뺨을 비비는 일이죠

이 섬에는 달맞이꽃 향기가 나요
봄엔 집과 뜰에 이 꽃을 심어야지 생각하죠
달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당신

그윽한 눈동자를 가슴에만 넣고
이제 천 년 동안 잊고 살아가야 하는데
12월의 갈매기 눈빛도 젖어 있어요
당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기억하려는 찰나
바람이 섬의 끝자락으로 데려가네요

파도의 기포들이 들끓어요
바글바글
우리 수신호 해요 나는 기억의 향기로 날았다가
식은 향기로 말하다가 웃다가 찡그리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엄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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