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찌른다
권영옥
난방 방열기 소리와 헐겁게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새끼를 많이 낳은 개가
자식들이 안 보이자 유리판을 긁어대며
간헐적 울음을 토해낸다
소리와 소리의 충돌이 낡은 폐를 돌리며
가슴에 있는 먹구름을 쏟아낸다
깜빡이는 전구가 혼자서 공중그네를 탈 때
저녁 건초더미에서 건져 올린
카네이션꽃다발에 먼지 흙을 본다
천 조각의 글씨가
십여 년 전의 웃음을 몰고 간 생일 축하케잌이다
이승의 살이 빠져나간 목도리처럼
엄마는 밤새
그 밤새
구급차 속에서 요단강의 물 주름을 움켜주었다고 하고
섣달 긴 밤에는
장롱만 뒤적이다 새벽 찬바람을 맞이했다는 후문이다
가슴 유리창에 낀 성애꽃 같다
나의 밤은 그때의 밤처럼 물 주름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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