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후레자식 / 오봉옥

칠부능선 2020. 12. 25. 16:32

후레자식

오봉옥

 

 

울 아덜은 하늘이 내린 자석이라우

울 어매 날 두고 단 한번도 

당신이 낳은 자식이라 하지 않았네

내가 사고 쳐 속 썩일 때에도

회초리 대신 눈물 글썽거리시며

태몽이야길 꺼내곤 했지

글씨, 마당에 비양기 한 대가 떨어졌시야

학 한 마리가 영판 멋드러지게 내려오드라

그게 니다

긍께 넌 하늘이 내려준 자석 아니냐

그런 울 어매 돌아가셨는데

난 참 좋네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전화하던

치매 걸린 어매 목소리 듣지 않으니 좋고

이젠 가슴 졸이며 잘 일도 없으니 

이보다 더 홀가분 할 순 없네

 

-계간 <시와시학>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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