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일요일,
문득 일어나 어머니, 아버님 계신 곳을 다녀왔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한데, 아버님은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앞으로 살아낼 모습이 어찌 다르겠는가.
나도 내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까봐 두렵긴 하다.
이렇게 철없이 둥둥 떠서 사는 걸 당당하게 생각하니 말이다.
내게 브레이크 거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자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중보다 자애가 많은 걸 나도 안다.
이런~~ 뻔뻔함이라니. 그러면서도 아버님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모순이기는 하다.
아버님, 어머니 그곳에서는 사이좋게 지내세요. 아니, 그곳에는 새로운 독립된 삶을 사시는 것도 좋고요.
정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까, 이 생이 끝이 아닐까. 이 생의 업이 이어질까.
제주에서 신부님 강론에 천국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고, 다만 51%의 가능성으로 신자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있다고 믿고 살다 죽어보니 없으면, 그것도 손해보는 일은 아니라고.
없다고 생각하고 살다 천국이 있으면 낭패 아니겠냐고...
가볍게 웃으며 듣던 말이 생각난다.
믿는 사람이 천국 가는게 아니고 지금, 이 자리가 천국인 게 최고라던 우리 엄마,
그러고 보면 엄마도 김용택, 이정록 시인 엄마처럼 괜찮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
내가 일찍이 눈을 뜨지 못한 게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