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숙의 <바람, 바람> 6
여름, 서럽게 운다
폭염이 대지를 달구면 다급하게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울창한 여름 숲에 들면 그 소리 자지러진다.
자진모리로 가쁜 숨을 헐떡이다 중중모리 몰아쉬다 중모리를 거쳐 진양단장 긴 울음으로 천지를 휘감는다.
츨츠르오씨 밝고 화려한 플루트처럼 싱그러운 애매미 소리, 따르따를르 피콜로소릴 내는 숲속의 참깽깽매미,
트르륵츠륵 고성방가 트럼본 주자같이 당당한 말매미 소리 … . 누대에 걸쳐 진화된 이들의 언어를 알 수가 없다.
뭘까. 무엇 때문에 우는 것일까.
Energy of fourteen1 JAIM
젊지도 푹 늙지도 못한 저 生,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소리에 어깨가 출렁인다. 꺽꺽 밭은 숨이 명치에 걸린다.
불화의 세상이 어제 오늘이던가. 눈물 없는 속울음에 뼈마디가 녹는다.
매미들은 긴긴 땅속 세월을 건너와 가장 맘에 들게 우는 수컷과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짧은 삶을 끝낸다.
이것이 바로 매미의 生, 오랜 화두를 던지고 가는 매미의 生.
분하고 억울한 마음 펼쳐 눈물에 씻는다. 박박 치대고 흔들어 쓴기 독기 빼내고 통곡 바람에 보송보송 말리는
저 오체투지. 매미를 따라 명 짧은 여름 꽃이 흩날린다.
목 놓아 우는 자는 아름답다.
Energy of fourteen 3 JAIM
<현대수필> 2015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