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정을 모두 맡겼다. 이끄는대로 가고 보는대로 보고 먹는대로 먹기로.
9시 10분 전에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랐다. 2분 전에 나왔는데 모두 와 있다. 시작부터 황송하다.
전날, 아니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이뤄 눈꺼풀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볍다.
공세리 성당에 도착하니 눈 발이 살짝 날렸다.
눈이 좀 와주기를 바랬지만 눈님은 내내 강림을 안 하고 말았다.
모처럼 신발 벗고 들어가는 성당에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감사 봉헌을 하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십자가의 길'이 성당 아래쪽에 있었다.
오래 전 이시돌 성당에서 피정때 맨발로 걷던 것을 떠올렸다.
그 감촉이 오래 남아있다.
수덕사에는 여러번 왔지만 또 새롭다.
입구쪽에는 새단장을 해서 울긋불긋하지만 대웅전쪽은 손을 대지 않아서 좋다.
나혜석과 이응로 화백이 머물던 수덕여관.
지붕은 새로 얹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이곳 여관에서 한 달 정도 묵으면 좋으련만.
절이라고 예전의 절이 아니니.. 장소가 문제가 아님을 익히 알면서도.
'명상'을 하게 하는, 아니 명상에 들어야 할 것 같은. 미술관은 안 보다 밖이 좋았다.
생명의 기침, 봄이 가까이 와 있다.
햇님은 얼굴을 안 내밀고, 멀리서 흐린 시선을 보낸다.
이런 날씨는 피곤하지 않아서 좋다. 바다로 나가는 갯벌 사이에 나무 다리를 놓아 신발을 버리지 않고 바다에 이르게 해 놓았다.
더우기 나무 다리 기둥에는 좋은 '말씀'들이 줄줄이 새겨있다.
'낯선 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오슝 - 타이페이 (0) | 2015.03.08 |
---|---|
타이페이 - 타이중 - 타이난 (0) | 2015.03.08 |
양평대첩 - 수종사 (0) | 2015.01.26 |
제천 2박 (0) | 2014.12.18 |
비오는 홍천 1박 (0) | 2014.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