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묘지
강은교
바퀴벌레 약을 만들었다.
이웃집 부인이 가르쳐준 대로
감자를 삶아서 으깨어 붕사를 넣고, 설탕을 치고, 동글동굴하게 말아서.
집안 곳곳에 놓아두었다.
바퀴벌레여,
어딘가 숨어 있을 그대여
이리로 오라,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이 달콤한 성찬을
이리로 오라,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이 달콤한 구름 속의 묘지를
아, 장롱 뒤며, 찬장 뒤에 그것을 은밀히 감출 때의
그 쾌감
마치 살인이라도 준비하듯이
우리가 우리를 죽이고 싶을 때의
그 쾌감
마흔이 넘어서도 살고 있는
이 절망의 기쁨
아 그대여 오라, 우리가 죽이는 우리의 역사의
이 달콤한 구정물,
달콤하라, 달콤하라, 세계의
뒷길들에 있는 모든 자질구레한 실밥들이여
이 멋대로 흘러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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