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 |
토록 입술에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
주 잘 드른 소리, 그러면서도 한두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 (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 먼지내가 나는 내 곶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막한 삽 한 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
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 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하며 마른 볏짚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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