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저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샛노란 꽃을 밀어올리다니
네 오롯한 호흡 앞에서
이젠 나도 모르게 환해진다
거기 문득 네가 있음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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