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세상에나 이런 경사가~~ 작가들의 톡방에 실시간 중계부터 난리가 났다. 아니, 잔치가 벌어졌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 노벨문학상의 키워드가 '시대정신'이라는 걸 거듭 확인한다. 시대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천착하여 고통의 문장을 풀어놓았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고독한 글쓰기를 했던 꿋꿋한 작가다. 고맙고 장하다. 한강 작가. ​​Announcement of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 (youtube.com)Announcement of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he Nobel Prize in Literature for 2024 is awarded to the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수필반 정선생님 초대로 예술의전당에 16명이 출동했다. 발레로 보는 안중근은 처음이다. 새롭고 재미있다.다 아는 스토리인데도 눈물 짓는 대목은 똑 같다. 조마리아가 아들에게 전하는 말은 가슴을 에인다. ​​    ​​​​음악분수에서 조금 서성이다 한 차로 간 7인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도 뭔가 아쉬워 얼른 헤어지질 못했다.

추석 전후

토욜, 오빠랑 엄마께 가기로 했는데 오빠가 아파서 못 온다고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통화를 하니 거의 말을 못 알아들을 지경이다. 아고 ... 남편과 둘이 엄마한테 다녀왔다. 가는 길에 은자네서 전을 얻어갔다. 나머지는 하던대로 ... 이런~~ 날라리. ​​평소에 횅하던 주차장이 꽉 찼다. 한바퀴 돌아 참사랑묘역으로 갔다. 처음 천주교묘지 산등성을 올라봤다.여전한 엄마를 만나고, "엄마~ 오빠 고생 오래 안하게 속히 데려가세요 " 매정하게 기도했다.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혼수상태 사흘만에 영영 이별한, 엄마의 마지막을 닮고 싶은 내 소망도 들어있다. 영이별은 짧을수록 좋다.    가정에서 쓰던 성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성스러움에도 유효기간이 있나보다. 아마도 주인을 잃으면 성스러움의 상징들도 숨을 놓..

소소한, 혹은 소소하지 않은 일들

책꽂이가 포화상태다. 획기적으로 비워야할까. 생각하다가 내려놓고, 내려놓은 책에서 또 골라 올리고... 반복하고 있다. 수필반 회원들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맞을 듯한 책을 골라 포스트잇을 붙여 수욜에 나눴다. 스스로 기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봐야 25권 보냈다. 이걸 매주 할 수도 없고... 내 책장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것보다 헌책방이든, 사랑방에 가서 누구하게든 눈길 받은 게 낫지 않을까. 절판된 내 첫 책을 헌책방에서 사온 회원을 보면서 맘 먹었다. 한참 더 내려놓고 누군가를 불러야겠다. ​​저자 서명이 있는 페이지를 잘 잘라 보관하기로. ​​ 싱크대 아래 선반이 휘고 있다. 1년에 한 번도 안 쓰는 그릇을 모두 내놨다. 헐렁해지니 속이 시원하다.리모델링때 대대적인 정리를 했는데... .

이루다 라이브 / 현대무용

이정희 선생님 큰 딸, 이루다의 라이브 공연에 갔다.토요일 4시, 수내에서 4인이 만나 한 차로 출발, 널널하게 '플렛폼 엘'에 도착했다.2,3층에 좋은 전시가 있다고 해서 일찍 와서 차 한잔을 마시고 ~ ​​​​​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질문으로서 예술​​​NO ​YES, ​​NEVER ​​​​​다양한 작품세계를 들여다 보고~~ 공연장으로​​​​영상과 음악을 잘 이용한 라이브의 즐거움에 빠졌다. 직접 부르는 노래도 수준급이다. 파도를 배경으로 온몸을 굴려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아가는 모습,한참 웃다가 우는 장면, 격랑에 휘감기는 감정이 그대로 이입된다. 특별한 공연이었다.​​말도 배우기 전 4살때부터 토슈즈를 신었다. 현대무용가1세대인 엄마의 딸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듯, 울면서 춤을 추었다. 치열한 노력에..

와장창~~

30여 년 전, 이 집에 입주할 때 친구가 선물한 액자다.클로드 모네 그림 복사판이다. 파리 미술관에서 산 거다. 처음에는 거실에 있던 것이 친구의 그림이 늘어나면서 베란다로 내쳐졌다.  새벽녘에 와장창 공사판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 그림이 엎어져 유리가 깨졌다. 바람이 센데 창문을 열어놓은 탓이다. 다행인 건 건너편 화분이 깨지지 않고 수국 줄기 하나가 꺾였을 뿐이다. 아이고~~ 감사, 감사~​무거운 옷을 벗은 듯 가뿐해졌다. 이제 유리를 벗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액자에서도 풀어놓을수 있음 좋겠다.오래전, 매달린 십자고상이 떨어져 십자가를 벗은 예수의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던 게 떠오른다. ​​깨진 유리를 수습하느라 다리에 살짝 피를 보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손만 조심했는데...​    내친김에 ..

비건 밥상

아들 며늘이 다녀갔다. 번개 밥상 치고는 맛있게 차려주었다. 내맘대로 비건 밥상이다. 거창한 드라이기를 선물받았다. 저 많은 걸 다 쓸까? 오랫만에 아들이 내 컴에 영화를 넣어줬다. 남편은 모임에 간다고 아들 차로 함께 나갔다. 홀로 널널하게 영화 4편을 봤다. ​* 디 아트 피스 걸아동범죄를 막기 위해 만든 AI 소녀 체리. 인간의 감정을 학습한다. 아니 창조하는 건가?미래 AI가 스스로 진화한다는 설정이 황당함을 넘어 두 렵 다.​* 당신이 잠든 사이 추자연, 이무생 주인공 한국영화인데 반전이 막강하다. 이런 남자 순애보라니... 아유 맘 아프다.​* 더 웨일참담한 주인공 브렌든 프레이저의 실제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니 더욱 착잡해졌다. 얼굴없이 줌으로 문학 강의를 하는 모습, '모비딕'에 대해 딸..

심각한 책장

지난 주 수업에 권선생이 재미있는 작품으로 김점선의 을 소개했다. 집에 와서 그의 책을 찾느라 책장을 뒤집었다. 다 헤치지는 못하고 두 권을 찾았다. 다시 책들을 내쳐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리모델링 하기전에 김점선 책이 주르륵 꽂혀있던 위치가 생각나는데... 다 어디로 갔나. ​우선 10개 넘게 오는 지난 잡지들을 버려야 하고, 다시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도 내 놓고 책장을 헐렁하게 해야한다.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안 된다. 다시 읽을 책을 극소수로 남겨두고 다 내쳐야 한다. 당분간은 주문을 자제하고, 읽은 책 다시 읽기로. 책장을 넓히지 말기로. ​아, 지지난 수업에 신입생 ㄱ 씨가 절판된 내 첫 책 을 구해왔다. 내가 누군가에게 서명한 것까지 있다. 책 상태는 깨끗했다. 내가 서명한 내용을 보니 2..

애쓰셨습니다

그제 밤에 친구가 밤마실을 왔다. 우리집 도착하자마자 요양병원에서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영상으로 어머니 모습도 봤다. 콧줄을 끼고 거의 의식이 없어보였다. 예전부터 미용실에서 막 나온 머리 모양에 언제나 잘 가꾼 화려한 손톱이 떠오른다. 여전히 잠자는 듯 고으시다. ​한참 이야기 하다가 10시 20분에 운명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미 준비된 일이라 침착했다. 벌써 유언도 하고 임종  '모여 헤쳐'도 여러번 한 상태다. ​중딩 친구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장인급이다. 친구도 이어받아 솜씨가 좋다.병원에 계신 2년 동안 내내 반찬과 죽을 해다 날랐다. 어머니만 드시는 게 아니라 같은 방 사람을 다 나눠줘야 한단다. 손이 큰 어머니는 딸 힘들 걸 모르신다. 그걸 다 해내는 딸도 대단하다. ..

고립주의자 Ⅱ / 이루마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로 크리틱스쵸이스 댄스페스티벌에 갔다.작년에 이어 이루마의 를 무대에 올렸다. ​오늘은 두 작품 장경민의 와 이루마의 공연이 끝나고 두 안무가와 관객의 대화가 있었다. 장경민의 팔자는 타고난 천성인 '팔자'와 예술이 잘 팔렸으면 하는 바람의 '팔자'를 이야기한다. 남자 무용수 4명과 여자 무용수 1명은 50분 동안 펄펄 뛰며 땀이 뚝뚝 떨어졌다. 역동적인 춤에 '멋지다'보다 '얼마나 힘들까' 하며 바라보는 내가 우스웠다. 공연이 끝나고 힘차게 박수를 쳤다. 현대사회에 늘어가는 고립주의자를 표현한 '고립주의자Ⅱ'는 천장에서 묶인 사람이 내려오는 첫 장면이 강했다. 목숨을 버리는 고립주의자를 구조한다. 밀고 당기고 끝내 함께 엉키는 사람, 사람들... 확연한 메시지가 전해온다. 안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