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의 숨결 / 김보연 거목의 숨결 나무는 기대지 않는다 언제나 수직으로 서 있다 평면에 굴복하지 않는 저, 지고한 고집 툭툭 채여 밖으로 나온 발 아래 작은 풀잎들 자라게 하고 푸른 이끼에게도 서늘한 그늘 내어주고 부신 햇살, 거센 비바람 폭풍우 치는 어느 날 둥치째 소명될지라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 그림 동네 2006.06.22
빛을 끌어안은 미의 개가 / 안선희 빛을 끌어안은 미의 개가 ‘풍경은 얼굴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 릴케는 풍경 전부가 하나의 얼굴이며 그 얼굴의 광대무변함이 사람에게 두려움과 우수의 느낌을 심는다고 믿었다. 아름다운 것은 두려운 것의 시작에, 우리가 간신히 견딜 수 있는 것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 그림 동네 2006.06.16
햇살 내리다 / 함명순 햇살 내리다 낮은 곳에 머무는 시선이 따사롭다 쑥부쟁이 마주보는 얼굴들 까르르 까르륵 비켜선 해바라기 머리 맞대고 속닥거린다 이리도 사랑스러운, 오래된 돌담 아래 고개 내민 맨드라미 부채살 활짝 펴고 한 生을 익히고 있다 분주한 몸짓 코스모스 바람결에 흔들며 흔들리며, 그의.. 그림 동네 2006.06.15
자작나무 / 장인숙 자작나무 눈 덮인 자작나무 숲 비스듬이 누운 산 이마에 짧은 햇살을 걸고 새들이 떠난 자리에 나무는 바람을 가두고 바람은 나무를 키운다 벗은 다리 시려와 허연 비늘이 되어도 허락된 뿌리를 내린다 어제의 바람은 어제를 벗고 오늘의 상심은 나무 사이에 걸린다. 숲이 잠에서 깨어난다. 아슬한 봄.. 그림 동네 2006.06.11
神의 걸작 / 임은자 神의 걸작에 색을 실었습니다. 밝고 정겨운 이들과, 깊고 아득한 저들은 기쁘게 교감하며 넘나듭니다. 석류처럼 환하게 터지기도 하고 무화과같이 안으로 안으로만 영글기도 했습니다. 보이는 것에 충실하되, 무게를 덜어내고 즐거운 가슴으로 풀어냈습니다. 그 즐거움으로 인해 예술이 .. 그림 동네 2006.06.10
그림움 / 이길한 '그 림 움' ‘예술가에게 있어서 개성은 영혼의 심장과 같다.’ 단호하게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은 다만 열정이 아닌, 모종의 경건함이 느껴진다. 들판의 푸르름은 한껏 가라앉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곳을 스쳐간 사람의 향취와 흔적이 말을 걸어온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은 보는 .. 그림 동네 200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