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어머니와 호미 / 김용만

칠부능선 2021. 9. 19. 16:18

어머니와 호미

김용만

 

 

여쨌든 돌은 무겁다

오랜 세월 하고 싶은 말들

가슴에 묻고 살았기 때문이다

돌멩이는 흙의 사리다

어머니는 이 세상 사리다

나는 오늘 밭에서 돌을 줍다

자루 빠진 호미 하나 주웠다

막막한 세상 얼마나 후벼 팠을까

내 정신 좀 봐 띈전띈전 저 호미 찾았을까

닳고 닳아 가벼워진

요양병원 어머니인 듯 애리다

울다 지친 눈부신 봄날

어머니가 밭 가상에 돌 던지던 소리

얼마나 깊고 아득했던가

 

자꾸만 호미 끝에 치이는 돌멩이들

서럽게 울어쌓는 산비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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