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잘 찍은 풍경이다.
왼쪽의 저 위 도로로 아침이면 퇴소자를 실은 차가 나가고, 오후에는 새 사람을 태운 구급차가 들어온다. 그리곤 적막~~~
개망초의 낭창한 허리는 잔바람에도 살랑거린다. 초록이 주는 위로에 젖는다.
어제 저 아래서 사람의 모습을 처음 봤다. 나름 운동을 하고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았던 풍경이 애틋해지는 시간이다.
이곳의 패턴을 다 외웠다.
아침 7시가 지나면 방송이 시작된다. 아침식사를 준비할 것이니 복도에 인기척이 나도 절대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방송이다. 그 후 아침식사 준비가 끝났으니 속히 방으로 가져가라는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한 시간 쯤 지나면 소독을 할 것이니 시끄러워도 문을 절대 열면 안 된다는 방송. 이어 점심, 저녁도 그렇게 진행된다. 인기척에 문을 열면 안된다는 게 골자다. 저녁 식사후 7시 경에는 쓰레기통을 내놓는다.
종일 받은 도시락은 절반을 못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대로 폐기하는 게 미안스러울 지경이다. 나름 정성스런 식단인데.
그렇게 쓰레통을 내 보내고 새 쓰레기통을 들여놓으라고 방송할 때 들여놓으면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
나흘 지나고부터 안내방송 끝에 영어도 나온다. 외국인이 들어왔나보다. 얼마나 낯설까. 편안한 시간이 되길.
아침 8시와 오후 5시, 체온과 협압, 맥박수, 산소포화도를 휴대폰 앱을 통해 전달한다. 이 수치에 의해 퇴소가 결정된다.
다행히 큰 변화는 없다.
닷새 지나고 카피를 좀 달라고 했다. 우울하다고... 카누 다섯개와 둥굴레차 다섯봉지. 다 폐기해야하니 소량을 원했다.
커피 한 잔, 사과 한 알에 행복해 지는 시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