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모든 문학 행사가 비대면으로 치뤄지고 있다.
오늘 서현 문화의집에서 제7회 문학축전 녹화가 있었다.
김경주 시인과 점심도 먹고, 구효서 소설가도 만나고,
싱어송라이터 손병휘씨가 내 시를 노래로 만든 공연도 보고
재미있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수고한 사람들과 한 잔 하는 건 마스크 벗을 수 있는 날로 미루고...
김경주 시인이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을 최고의 책으로 꼽는다. 시를 읽고 난 후 침묵의 세례를 받는 게 최상이라고.
말을 잃고 먹먹해지는 거?
김경주 시인은 45세, 초딩1,3 아빠란다. 물론 아내도 있단다. 잘 했다고. 바로 엄마 맘이 된다.
그동안 여행한 시간이 9년이란다. 이제 기운도 딸리고, 여행 갈증은 없다고.
내가 읽은 김경주의 첫 책은 <페스포드>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내 역마살을 들썩이게 한 책 중의 하나다.
점심 먹고 오는 길에서. 잠시 마스크 벗고 한장
점심 먹고 오니 구효서, 김동숙 소설가가 와 있다.
문단 36년 쯤에 책은 39권쯤 냈다는 구효서, 오감에 대한 글을 썼는데 마지막 미각에 대한 책이 남았다고 한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작가다. 작가들의 지병이 디스크라고... ,
난 요즘 낮에 책을 베란다에서 볕을 받으며 서서 보고, 컴으로 영화볼 때도 서서 본다. 나름 내 몸에 충성한다.
공연은 더 많은 카메라들이 대기하고 있다. 편집해서 3시간을 넘지 않을 공연이지만 하루종일이 걸린거다.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가 오봉옥 시인의 '노랑'을 불렀다.
누운 자에게 말 걸기
노정숙
운주사 와불 옆에 이른 서리 맞고
푸르게 떨어지는 낙엽들
물들이지 못한 말 너무 많아
낮은 바람에 실랑실랑
앉은 불 선 불, 세상을 벗은 그들
잘난 탑 못난 탑, 모두 모여 빌고
또 빌, 그 무엇이 아직도 남아
자리 털지 못하나
그윽한 눈길 한번 못 받은
머슴바위 늘인 목 서늘한데
칠층 탑 위 조롱새 웃는 듯
우는 듯 날새워도
눈길 한번 안 주는 무심한 그 사람
천 년 누운 자리 등창 날만도 한데
서성이는 바람 베고 누워
허리나 한번 감아볼까
글르브한 이 음악이 내 오래된 시보다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