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가재를 살려야 한다 / 윤일균

칠부능선 2019. 9. 30. 17:19



가재를 살려야 한다

윤일균



뉴스는 말한다

기찻길 옆 작은 도랑에 가재가 산다 서울에,


군자교 아래 중량천은 버들치 알 까고

청계천은 연어가 산란하러 떼 지어 온다는 말이어서

차마, 믿을 수 없는데

年年이 가재를 본 역무원 손이 간 곳에

가재들의 도량은 연연하다

노량한 앞걸음

비호같은 뒷걸음


도심 하늘 짙은 매연, 높은 마천루는

생명의 산으로, 나무로, 하늘로 변환되어

강변북로는 니일니일 가재들의 가장행렬 중

자연은 때마침 칠월의 진진초록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서울은 지금 희망색이라 쓰고

가로수 되어 거리마다 부푼 꽃 피운다


가재가 많이 살아 가좌동이라 불린다는

기찻길 옆 작은 도랑, 어쩜 그곳에

샘물이 속아오르는 용천수, 정녕 거기에

산소 성의 가재는 똥을 싸고

희망이란 이름의 가재는 오줌을 싸니

밤마다 온몸을 빨간 빛으로 서울을 밝힌다


어느 날 가재 사는 

기찻길 옆 작은 도랑에 궁글다리가 덮인다

사람들은 숨이 막히고, 칠흑처럼 어둔 밤이 되어

다들 죽어가는데 너의 서울은,

공굴다리 위엔 몇 대의 차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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