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를 살려야 한다
윤일균
뉴스는 말한다
기찻길 옆 작은 도랑에 가재가 산다 서울에,
군자교 아래 중량천은 버들치 알 까고
청계천은 연어가 산란하러 떼 지어 온다는 말이어서
차마, 믿을 수 없는데
年年이 가재를 본 역무원 손이 간 곳에
가재들의 도량은 연연하다
노량한 앞걸음
비호같은 뒷걸음
도심 하늘 짙은 매연, 높은 마천루는
생명의 산으로, 나무로, 하늘로 변환되어
강변북로는 니일니일 가재들의 가장행렬 중
자연은 때마침 칠월의 진진초록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서울은 지금 희망색이라 쓰고
가로수 되어 거리마다 부푼 꽃 피운다
가재가 많이 살아 가좌동이라 불린다는
기찻길 옆 작은 도랑, 어쩜 그곳에
샘물이 속아오르는 용천수, 정녕 거기에
산소 성의 가재는 똥을 싸고
희망이란 이름의 가재는 오줌을 싸니
밤마다 온몸을 빨간 빛으로 서울을 밝힌다
어느 날 가재 사는
기찻길 옆 작은 도랑에 궁글다리가 덮인다
사람들은 숨이 막히고, 칠흑처럼 어둔 밤이 되어
다들 죽어가는데 너의 서울은,
공굴다리 위엔 몇 대의 차만 서 있다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강霜降 무렵 / 이상국 (0) | 2019.11.09 |
---|---|
산다는 것 / 이생진 (0) | 2019.10.25 |
시,시, 비,비 / 김민정 (0) | 2019.05.10 |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 김민정 (0) | 2019.05.10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0) | 2019.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