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위로
노정숙
오빠는 왜 자신의 약혼식 피로연에서 <바우고개>를 불렀을까.
꽃 같은 신부를 앞에 두고 옛님이 그리워 그리워 눈물이 난다니 … .
나는 왜 흥얼거리는 노래가 <님은 먼곳에>인가.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
첫사랑도 없는 주제에 무슨 청승인가.
요즘 나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에 빠졌다.
무한 반복하는 묵음 연주, 고요 속에서 내 숨소리와 한숨소리,
모든 숨 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음에 마음을 맡긴다.
몸 안의 톱니바퀴는 곳곳이 헐거워져 느리게 돌아간다.
나는 나사를 조이려 조바심치지 않는다.
가끔 푸른빛이 지그시 다가와 어루만지기도 한다.
적막이 위로다.
2018 <청색시대>24집
'수필. 시 -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백에 홀리다 - 단평 (권대근) (0) | 2018.11.21 |
---|---|
성질대로 떠난다 (0) | 2018.10.04 |
슬픈 축제 (0) | 2018.07.07 |
섬이 부른다 (0) | 2018.07.07 |
유쾌, 상쾌, 통쾌? (0) | 2018.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