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침묵의 위로

칠부능선 2018. 7. 10. 21:13

 

 

 

침묵의 위로

노정숙

 

 

오빠는 왜 자신의 약혼식 피로연에서 <바우고개>를 불렀을까.

꽃 같은 신부를 앞에 두고 옛님이 그리워 그리워 눈물이 난다니 … .

나는 왜 흥얼거리는 노래가 <님은 먼곳에>인가.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

첫사랑도 없는 주제에 무슨 청승인가.

 

요즘 나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에 빠졌다.

무한 반복하는 묵음 연주, 고요 속에서 내 숨소리와 한숨소리,

모든 숨 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음에 마음을 맡긴다.

몸 안의 톱니바퀴는 곳곳이 헐거워져 느리게 돌아간다.

나는 나사를 조이려 조바심치지 않는다.

가끔 푸른빛이 지그시 다가와 어루만지기도 한다.

 

적막이 위로다.

 

 

2018 <청색시대>2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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