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축제
노정숙
흰 국화는 너무 근엄하다.
병 없이 가신 91세 어머니의 빈소에 흰 국화 옆에 노랑, 핑크 장미를 나란히 두었다.
무심히, 아니 유심히 바라보니 오래 산 사람들은 흰 국화를 올리고 아직 한창인 사람들은 장미를 바친다.
노란색 장미가 재재거리고 핑크빛 장미가 속살거린다.
흰색 꽃을 싫어하던 어머니, 고운 색깔 좋아하던 어머니, 남편 사랑 애타던 어머니,
자식 걱정보따리 무겁던 어머니가 다 내려놓고 환하게 웃으신다.
- 2018 실험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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