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이사 준비 외 1편

칠부능선 2018. 4. 12. 16:03

 

 

이사 준비

노정숙

 

 

구름밭 아래 502호에는

한바탕 빛을 발하고 기진한 별들이 산다

창가의 쪽별

중얼중얼 혼잣말을 달고 산다

해독 불가능한 별똥별의 언어,

때때로 엄마에 가까운 소리가 들린다

코에 줄을 단 갸름한 별이 누워있다

가끔 투명한 줄을 잡아당겨 생각을 전하면

하늘 난간에 손이 묶인다

아직 통통한 햇별은 자기 몸을 탕탕, 치며

팔운동을 한다

오줌줄이 밖으로 나와 있는 그는

연신 제 마음을 친다

벽 쪽에 웅크린 눈 맑은 총총 별

흘러내린 이불을 당겨주니 고마워요 한다

아직 빛의 힘이 남아있다

별들 숟가락을 놓은 지 오래다

링거를 꽂고 영양 캔을 투입하고

고운 죽을 밀어 넣는다

지상의 별인 그들에겐

하늘로 이사를 가야하는 숙제만 남았다

 

 

 

 

 

 

 

부러운 죽음

노정숙

 

 

담배와 커피를 달고 살던 외숙모

폐암이 왔다

새 친구 달랠 생각 않고

하던 대로 그대로

밤농사 논농사, 가을걷이 끝내고

6남매 집집을 며칠씩 돌아보며

죽 대신 커피와 담배로 속을 채우더니

입원한 이틀 만에 떠났다

여장부 성질 그대로

대쪽처럼 깔끔하게 단방에 가셨다

향년 85세다

 

<창작산맥 > 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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