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구겨진 셔츠 / 문태준

칠부능선 2015. 2. 1. 13:32

 

    구겨진 셔츠

     문태준

 

  벽에 셔츠가 걸려있다

  겨드랑이와 팔 안굽이 심하게 구겨져 있다

  바람과 구름이 비집고 들어가도

  잔뜩 찡그리고 있다

  작은 박새도 도로 날아 오른다

  저 옷을 벗어 놓은 몸은

  오늘 밤을 자고 나도 팔이 아프겠다

  악착같이 당기고 밀치고 들고 내려놓았을

  물건들, 물건 같은 당신들,

  벽에 셔츠가 비뚜름히 걸려 있다

  오래 쥐고 다닌 약봉투처럼 구겨진 윤곽들,

  內心에 무언가 있었을,

  內心으론 더 많은 구김이 졌을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 / 최광임  (0) 2015.02.28
첫 봄나물 / 고재종  (0) 2015.02.23
물길의 소리 / 강은교  (0) 2015.01.03
어떤 관료 / 김남주  (0) 2015.01.03
나의 소망 / 황금찬  (0) 201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