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셔츠
문태준
벽에 셔츠가 걸려있다
겨드랑이와 팔 안굽이 심하게 구겨져 있다
바람과 구름이 비집고 들어가도
잔뜩 찡그리고 있다
작은 박새도 도로 날아 오른다
저 옷을 벗어 놓은 몸은
오늘 밤을 자고 나도 팔이 아프겠다
악착같이 당기고 밀치고 들고 내려놓았을
물건들, 물건 같은 당신들,
벽에 셔츠가 비뚜름히 걸려 있다
오래 쥐고 다닌 약봉투처럼 구겨진 윤곽들,
內心에 무언가 있었을,
內心으론 더 많은 구김이 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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