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놓고 간 <노신평전>을 이틀에 걸려 읽었다.노신 작품은 많이 읽었지만 평전에서는 또 다른 노신이 보였다. 그가 태어난 환경과 자라온 세상이 펼쳐졌다. 여기야말로 광풍노도다.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땅과 공기,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다.격동기 한가운데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거대한 뜻을 품은 사람은 생은 곤고하다.동생에게 절교 당하고 본처를 두고 혁명동지와 가정을 꾸리고,문학 동지에게 마저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모함에 빠지고.쓰러지기까지 곧은 정신을 유지했지만 그의 혁명은 실패에 가깝다. 병원의 침상에서 생을 연장하는 것을 사양했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었다.
* 권력을 숭배하는 나라에서 사람들은 '위대하다'라는 단어를 황제나 영웅 등 빛나는 사람들에게만 봉헌할 뿐,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이름 없고 외로운 사람들을 기념하는 데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품에서 쏟아져나오는 빛을 발견하고 이를 위대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다.
* <광인일기>의 주제는 식인食人이었다.
광인의 입을 빌려 '나는 역사를 자세히 보사해보았다. 이 역사에는 연대가 없고 왜곡된 페이지마다 '인의도덕'이라는
몇 글자만 잔뜩 씌어져 있었다. --- 현실세계에서는 이미 사람을 먹지 않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이리하여 거댜한 식인으 네크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 두려운 것은 자신의 식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박해광迫害狂'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인습의 무거운 부담을 등에 지고 어둠의 갑문을 어깨에 맨 채, 그들 (자녀들)을 광활하고 밝은 곳으로 인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부터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서 합리적인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 <우리는 이제 어떻게 아버지가 되어야 할 것인가> 에서
*당부黨部에서 그에게 <청년의 고뇌>란 제목으로 글을 쓰게 했다.
이 글에서 그는 "연애가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혁명을 해야한다!" 라고 역설했다.
나중에 노신은 이글과 관련하여 이것이 완전히 거짓말이었음을 밝혔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연애이고, 연애를 위해서라면 혁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문학의 성실성을 훨씬 높은 단계로 제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건설이 없이는 오히려 멸망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혁명문학'의 문학적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실을 잃은 문학은 문학의 모든 의미를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독기를 품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 독기를 글로써 형상화하는 것은 작은 독기에 지나기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명시는 무언無言이다. 더 좋은 것은 눈동자조차 굴리지 않는 것이다.
<반하소집> 중에서
* 1. 장례에 누구에서서든지 절대로 돈을 받지 말 것. - 그러나 오랜 벗들에게는 예외다.
2. 속히 입관하여 매장할 것.
3. 그 어떤 기념행사도 치르지 말 것.
4. 나를 잊고 모두들 자신들의 삶을 돌볼 것. -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정말 얼빠진 사람이다.
5. 아이가 커서 재능이 없으면 절대로 실속 없는 문학가나 미술가가 되게 하지 말고 다른 순수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할 것.
6.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뭔가 주겠다고 하는 것을 곧이 듣지 말 것.
7.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오히려 보복을 반대하고 관용을 주장하는 자들과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 것.
물론 이 외에도 할말이 있었지만 이미 잊어버렸다.
다만 열이 몹시 날 때면 유럽인들은 임종시에 흔히 남이 너그럽게 용서해줄 것을 바라며, 자신도 남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의식을 지낸다는 사실이 기억날 뿐이다.
나의 적과 원수는 적지 않는데 신식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나는 생각해보고 나서 이렇게 결심했다.
그들에게 얼마든지 증오하게 하라. 나도 하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 중에서
--그는 전사답게 자신의 참호에서 쓰러졌다. 1936년 10월 19일 오전 5시 25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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