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박영석
타클라마칸 하고 중얼거려 보라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고 입 안 가득 모래가 버석거리리라
문득 모래언덕이 생기고 무덤이 생기고
한 사막이 펼쳐지지라
흔적만 남은 강이 흐르고
흔적만 남은 바다가 출렁거리고
뼈만 남은 낙타가 죽은 나무뿌리가
나이를 알 수 없는
우루무치, 쿠차, 두루광, 돈황이 어른거리리라
황량함이
적막이
고독이
한바탕 꿈이 낙타풀처럼 자라고
본적도 없는 호양목이 자라고
사는 데 천 년 죽는 데 천 년이라는 것들이 순식간에
태어나고 죽으리라
저기 황사 피어오르는 지평선 너머
휘파람 소리 들리리라
천 년 전 아이들 웃음소리 들리리라
낙타울음소리 들리리라
생각이 발자국을 뗄 때마다 밀가루 같은 먼지 일리라
돌아보지 마라
지나온 길 금세 지워져
한 방울 물처럼 지독한 아름다움으로 영롱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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