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타클라마칸 / 박영석

칠부능선 2012. 10. 21. 22:24

타클라마칸

박영석

 

 

타클라마칸 하고 중얼거려 보라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고 입 안 가득 모래가 버석거리리라

문득 모래언덕이 생기고 무덤이 생기고

한 사막이 펼쳐지지라

흔적만 남은 강이 흐르고

흔적만 남은 바다가 출렁거리고

뼈만 남은 낙타가 죽은 나무뿌리가

나이를 알 수 없는

우루무치, 쿠차, 두루광, 돈황이 어른거리리라

황량함이

적막이

고독이

한바탕 꿈이 낙타풀처럼 자라고

본적도 없는 호양목이 자라고

사는 데 천 년 죽는 데 천 년이라는 것들이 순식간에

태어나고 죽으리라

저기 황사 피어오르는 지평선 너머

휘파람 소리 들리리라

천 년 전 아이들 웃음소리 들리리라

낙타울음소리 들리리라

생각이 발자국을 뗄 때마다 밀가루 같은 먼지 일리라

돌아보지 마라

지나온 길 금세 지워져

한 방울 물처럼 지독한 아름다움으로 영롱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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