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
김경주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 없는 법이다 *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 할 것
골목 끝 수퍼마겟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해버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은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도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대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속에서 순교할 것이다
달사이로 진흙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귀신처럼
* 고대 시인 침연의 시 중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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