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휴식이 필요하다며,
남편 친구네가 원주 백운산 휴양림을 예약하고 모두 준비했다며 가자고 한다.
모처럼 아무 준비없이 가볍게 떠났다.
밤에 참숯 바베큐에 한잔을 했는데 씻어놓은 야채가 언다. 고기 먹는 맛에 추운 줄 몰랐는데 어는 야채를 보니 한기가 확 든다.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와 계속 먹고, 마시고.. 중간에 가끔씩 보던 '시크릿가든'도 보고..
산 속에 바닥이 쩔쩔 끓고 위 공기는 서늘한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자고 왔다.
아래층에서 자는 남자 둘의 코골이 합창 땜시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오는 길에는 이천에서 임금님 밥상을 받고. 찹쌀동동주도 한잔 하고.
에고~ 또 몸무게가 늘었겠다.
집에 오니 아기들이 아파서 병원 다녀오고 놀이방도 못 가고 있다.
태경이가 중이염이 심하단다. 내참~~
나의 하룻밤 부재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 건 아니겠지. 스스로 위로 한다.
녀석들, 할머니의 존재감을 이렇게 확인시켜주는 건 아니지.
겨울 휴양림은 한가로워서 좋다.
가로등 없는 산 속에 들어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도 바라보고,
눈이 오길 기대하면서 자동차 체인까지 준비했다는데..
이미 와 있는 눈길만 많이 걸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여전하다.
남자들끼리 저리 다정할까.
우린 뚝~ 떨어져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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